레프 톨스토이는 단순히 러시아 문학의 거장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과 사회, 종교, 윤리, 그리고 전쟁과 평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남긴 인물입니다. 많은 분들께는 『전쟁과 평화』나 『안나 카레니나』 같은 작품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철학이자 실천적 도전이었습니다. 귀족의 신분으로 태어나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던 그가, 왜 자발적으로 토지를 농민에게 나눠주고 수많은 재산을 포기했는지, 왜 기독교 교리를 넘어선 '내면의 윤리'를 강조했는지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덕, 평화, 문학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레프 톨스토이라는 인물의 내면과 사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삶의 이면과 실천적 철학을 중심으로, 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의 사유를 실천으로 연결했는지 탐색해 보겠습니다.
▶ 도덕 : 자기 수양으로 시작된 실천
레프 톨스토이는 일찍이 자기 삶의 방향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유럽 여행과 군 복무, 그리고 문학적 성공을 거치며 겉으로는 누구보다 풍요롭고 성공적인 삶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이런 외적인 성공 속에서 깊은 허무를 느꼈고, 그것은 그가 철저한 도덕적 자기 성찰에 몰입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의 도덕적 실천은 단순한 도덕 교과서에서 배우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자신을 비우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구체적인 실천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소작농과 동일한 의복을 입고, 하루 일정 시간은 직접 밭을 갈거나 목재를 다듬는 노동을 하며, 자신의 특권적 위치에서 벗어나려 했습니다. 그는 도덕이란 말이나 이상이 아니라, 스스로 고통을 감수하고 타인의 삶에 다가서는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톨스토이는 '자기 수양'을 도덕의 출발점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절제하려 했으며, 매일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고, 잘못된 부분은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지속했습니다. 일기에는 자신이 거짓말을 했는지, 헛된 욕심을 품었는지 등을 적어가며, 매일같이 도덕적 개선을 추구했습니다. 그가 도덕을 설교하거나 타인을 평가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며 실천했던 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줍니다. 이러한 자기 수양은 결국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됩니다. 그는 농민 교육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고, '무상의 학문'이라는 개념을 실현하며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 공동체 안에서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려는 그의 태도는 당시 러시아 귀족 사회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또한 톨스토이는 종교적 도덕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기성 종교의 형식적 의식보다는 예수의 가르침, 특히 '악에 대항하지 말라', '이웃을 사랑하라'는 내용을 실천의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그의 도덕은 추상적인 윤리 이론이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한 연대와 실천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도덕은 매우 현실적이고, 동시에 급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 평화 : 비폭력과 사랑의 신념
레프 톨스토이는 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사상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군 복무 시절 전쟁의 비인간성과 공허함을 몸소 체험하면서, 비폭력과 평화라는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의 후기 인생에서 이 주제는 가장 핵심적인 사상 중 하나로 자리 잡습니다. 톨스토이의 평화 사상은 단지 전쟁을 반대하는 수준을 넘어서, 폭력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무기력한 사람이 평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의 힘과 유혹이 와도 이를 거절할 수 있는 내적 힘을 갖춘 사람이 진정한 평화주의자라고 보았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비폭력 사상은 간디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으며, 실제로 간디는 톨스토이의 저작을 깊이 읽고 편지로 교류하면서 비폭력 저항 운동의 방향을 잡아갔습니다. 톨스토이는 '악에 저항하지 말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자신의 삶에 철저히 적용하려 했습니다. 그는 군복무 경험을 통해 전쟁은 인간 본성의 왜곡된 결과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병역 거부, 국가의 폭력 기구에 협력하지 않기, 조세 거부 운동까지 주장하면서 평화에 대한 실천적 저항을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당시 러시아 정권뿐 아니라 교회와도 마찰을 빚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평화 사상은 단순히 외부 세계를 향한 메시지가 아니라, 개인의 내면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람이 먼저 자기 안의 폭력을 없애지 않고서는 외부 세계의 평화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안의 분노, 욕망, 증오를 먼저 이겨내고 나서야 타인과의 평화로운 관계가 가능하다는 그의 주장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또한 톨스토이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어린아이에게 권위적 질서나 복종을 가르치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전쟁은 단번에 막을 수는 없지만, 다음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평화는 서서히 가능해진다고 믿었습니다. 이렇듯 톨스토이의 평화 사상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 실천하고자 했던 철학이었습니다. 그는 세상의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 자신의 행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의 글과 행동은 오늘날에도 평화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성찰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 문학 : 삶과 철학을 녹여낸 글쓰기
톨스토이의 문학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내면과 도덕적 갈등을 깊이 있게 파헤치는 철학적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글쓰기를 단순한 창작 행위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문학은 인간 존재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고,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독자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전쟁과 평화』는 러시아 문학을 넘어 세계 문학사에서 손꼽히는 작품으로,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철학적 갈등을 겪는지를 정교하게 묘사합니다. 이 작품은 전쟁의 공포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사랑,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으며, 전쟁이 인간성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문학적으로 풀어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안나 카레니나』 역시 단순한 불륜 소설이 아니라, 당시 러시아 사회의 제도적 모순, 여성의 위치,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다룬 복합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안나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자존감, 사회적 압력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감정이 어떻게 파멸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톨스토이의 문학은 그저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와 인간의 심리를 끊임없이 교차시킵니다. 또한 그의 후기 작품에서는 명확한 종교적, 도덕적 메시지가 강하게 드러납니다. 『부활』 같은 작품은 죄의식과 속죄, 사회적 불의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삼으며, 톨스토이 자신의 내적 변화와 사회적 참여 의지가 녹아 있습니다. 이 시기의 글은 문학의 형식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더 중시하였으며, 그는 독자에게 도덕적 각성과 실천을 촉구하고자 했습니다. 톨스토이의 글쓰기 방식도 특징적입니다. 그는 외적인 사건보다 인물의 내면 묘사에 집중했으며,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방식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때로는 주인공의 생각을 길게 서술하며, 독자가 그 인물과 함께 고민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서술 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독자에게 깊은 몰입감을 줍니다. 무엇보다 톨스토이 문학의 위대함은, 그것이 결코 독자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는 독자에게 설교하거나 판단을 강요하기보다, 삶의 모순과 진실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문학을 통한 교육이자 철학적 동반자의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오늘날 ‘작가의 책임’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레프 톨스토이는 단지 문학의 거장을 넘어, 자신의 철학을 삶 전체로 실천하려 했던 보기 드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도덕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직접 실천으로 증명하고자 했으며, 평화를 이론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선택했습니다. 또한 문학을 통해 인간의 깊은 내면을 탐색하고, 독자에게 삶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오늘날에도 그의 사상과 글은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레프 톨스토이를 단순한 고전 작가로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남긴 도덕적 실천과 철학적 시선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비추어보는 계기가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