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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측정 (에라토스테네스, 지구, 측량)

by 혁고정신 2025. 7. 9.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의 한 학자가 단순한 도구와 논리만으로 지구의 크기를 계산했습니다. 그는 바로 에라토스테네스이며, 그의 이름은 오늘날에도 지성과 창의성의 상징처럼 회자됩니다. 특별한 장비나 기술 없이, 단지 관찰과 수학만으로 지구의 둘레를 추정했던 그의 이야기는 과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이 글에서는 에라토스테네스가 어떻게 지구를 측정했는지, 그의 사고방식과 방법론이 왜 중요한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
에라토스테네스

◈ 에라토스테네스 : 알렉산드리아의 지성

에라토스테네스는 기원전 276년경에 태어난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북아프리카의 키레네에서 태어나 후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로 이주하여,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다양한 학문에 능통했지만, 그중에서도 지리학과 천문학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지리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인물이기도 하며, 지구의 크기를 최초로 계산한 학자로 기억됩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 측정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사서로 일하면서 접하게 된 고대 문서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시에네(지금의 아스완)라는 도시에 하지 무렵 정오가 되면 태양이 우물 바닥까지 비친다는 기록을 발견했고, 이 사실이 북쪽에 위치한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는 이미 지구가 구형이라는 전제하에 자연 현상을 해석하려 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단순한 학문적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그 지식을 활용해 세상을 직접 탐구하려 했던 지성인이었습니다. 그의 사고방식은 실험과 관찰, 논리적 추론에 기반하며, 이는 현대 과학의 근간이 되는 방법론과도 일치합니다. 그는 책상 앞에서만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행동하는 과학자였습니다.

◈ 지구 : 고대의 곡선 세계를 보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측정 실험은 하지의 태양 관찰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하지 정오에 시에네에서는 태양이 하늘 가장 높은 위치에 떠서 그림자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기록에서 확인했습니다. 시에네의 우물 바닥까지 햇빛이 곧게 들어간다는 것은 태양이 머리 바로 위, 즉 천정에 위치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같은 시간, 북쪽의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수직으로 세운 막대기(노움) 옆에 그림자가 생겼습니다. 그는 이 차이가 지구의 곡면 때문이라고 보았고, 두 도시가 지구 곡면의 다른 위치에 있다는 점을 활용해 지구의 전체 크기를 추정하려 했습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림자가 만드는 각을 측정했는데, 약 7.2도였습니다. 이는 전체 원의 1/50에 해당하는 각도입니다. 두 도시 사이의 거리는 약 5,000 스타디아였으며, 이를 통해 그는 5,000 × 50 = 250,000 스타디아가 지구 둘레라고 계산했습니다. 스타디아의 길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약 39,000~46,000km 정도로 오늘날 지구 둘레와 거의 일치합니다. 이는 고대에 이뤄진 과학적 성과 중에서도 가장 정확한 추정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그는 관찰 가능한 자연현상만을 근거로 이 계산을 했다는 점입니다. 망원경이나 위성 없이 단순한 막대기와 그림자, 거리 측정만으로 지구의 크기를 계산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그는 또한 지구가 정구형이라고 가정했으며, 이는 후대의 천문학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관찰은 당시 사람들에게 ‘지구’라는 개념을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실체로 인식하게 한 전환점이었습니다.

◈ 측량 : 단순 도구의 위대한 가능성

에라토스테네스가 사용한 측정 도구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매우 간단했습니다. 그는 막대기(노움), 우물, 그리고 해시계 형태의 장치를 이용해 태양이 만드는 그림자의 각도를 측정했습니다. 현대처럼 정밀한 거리 측정 장비나 위성이 없는 시대였기 때문에, 그는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 사이의 거리를 낙타의 이동 시간과 상인들의 경험에 근거해 추정했습니다. 당시에는 거리 측정에 있어 정밀도가 낮았지만, 에라토스테네스는 두 도시가 거의 동일한 자오선상(북남 방향)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 점을 실험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림자의 길이와 막대기의 높이를 이용해 삼각법을 적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막대기의 길이가 1m일 때 그림자의 길이가 0.128m라면, 그 각도는 아크탄젠트를 사용해 구할 수 있으며, 약 7.2도가 나옵니다. 이 각도는 지구 둘레를 추정하는 핵심 단서였습니다. 전체 원이 360도이므로 7.2도는 정확히 1/50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두 도시 사이의 거리를 곱해 전체 지구의 둘레를 계산한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은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논리와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 방식은 현대 교육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실제로 여러 과학교과서에서 재현 실험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초중등 과학 캠프나 교실 실험에서 학생들이 직접 그림자를 재고 각도를 계산하여 지구의 크기를 추정하는 방식은, 과학을 실천적 학문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훌륭한 교육 방법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실험은 단지 과거의 업적에 머물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교육과 탐구의 현장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 결론 : 과학의 본질을 보여준 고대 실험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측정은 인류 과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성취입니다. 그는 단지 학문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실 세계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가설은 수백 년 동안 철학적 수준에서 논의되었지만, 에라토스테네스는 그것을 관찰과 수학적 계산을 통해 실질적으로 입증했습니다. 그의 실험은 단순히 정확한 계산만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의 방식과 태도, 문제 해결을 향한 집념이야말로 진정한 과학 정신을 보여줍니다. 그는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논리와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큰 진실을 밝혀냈으며, 그것은 후대의 과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위성을 통해 지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시작점에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실험과 같은 지적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과학이란 지식을 넘어서,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저는 중학교 과학 시간에 에라토스테네스의 실험을 직접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선생님께서 "오늘은 고대 그리스 학자의 실험을 따라 해 보자"며 학교 운동장으로 우리를 데려가셨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수직으로 막대기를 꽂고, 정오 무렵에 그림자의 길이를 측정했습니다. 동시에 다른 지역에 있는 친척에게 부탁해 같은 시각에 똑같은 실험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각자 측정한 그림자의 길이와 막대기의 높이를 비교해 간단한 삼각법을 이용해 각도를 구하고, 두 지점 간의 거리를 지도에서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지구의 둘레를 추정했는데, 약 39,500km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제 지구의 둘레와 거의 비슷한 수치였고, 이 단순한 실험에서 우리가 배운 과학이 실제로 현실을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때 느낀 흥분과 감동은 지금까지도 제 안에 남아 있으며, 이후 제가 과학과 인문학 모두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실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그랬듯이, 우리도 주변의 작고 단순한 현상 속에서 세상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